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우주 시리즈 6편 은하의 구조와 종류

by 신기자 2025. 9. 3.

 

 

은하의 구조와 종류 (출처 픽사베이)


은하의 뼈대와 우리 자리

은하, 원반, 팽대부, 헤일로라는 네 단어를 먼저 세워 둡니다. 은하는 수많은 별과 가스, 먼지, 보이지 않는 질량이 모여 이룬 거대한 동네입니다. 가운데에는 별이 빽빽한 둥근 중심이 자리하고, 이를 우리는 팽대부라고 부릅니다. 팽대부는 오래된 별이 많아 누런빛을 띠고, 별들의 움직임이 여러 방향으로 얽혀 있습니다. 팽대부 주위를 감싸며 납작한 원반이 넓게 퍼져 있고, 그 안에는 나선팔이라 불리는 밝은 띠가 팔처럼 휘어 나갑니다. 나선팔은 젊고 푸른 별과 가스가 몰린 길이어서, 별 탄생이 비교적 활발합니다. 원반 바깥과 위아래로는 옅은 구형의 헤일로가 둘러싸고 있습니다. 헤일로에는 오래된 별무리와 보이지 않는 질량이 주로 자리해, 은하 전체를 느슨하게 잡아 주는 외곽처럼 작용합니다. 우리 태양도 이 구조 속 한 줄에 서 있습니다. 은하의 한 나선팔 가장자리에 가까운 곳에서, 태양은 은하 중심을 한 바퀴 도는 긴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밤하늘의 은하수는 넓고 옅은 띠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원반의 안쪽에서 원반 자체를 옆으로 본 셈이기 때문입니다. 은하의 구조를 이해하면 밤하늘의 띠가 단지 아름다운 무늬가 아니라 우리 동네의 가로수길 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원반은 천천히 흔들리고, 나선팔은 별과 가스의 흐름이 만들어 낸 무늬라 자리 그대로 서 있지 않습니다. 마치 교통이 붐비는 도로에서 자동차가 모이고 흩어지며 파도처럼 이동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별 하나하나는 팔 속을 지나가지만, 팔 모양의 무늬는 오래 유지됩니다. 팽대부와 원반 사이에는 막대 모양의 구조가 보이는 은하도 적지 않습니다. 이 막대는 중심에서 양쪽으로 길게 뻗은 별들의 흐름으로, 가스를 안쪽으로 끌어들여 중심 근처의 활동을 돕습니다. 헤일로에 흩어진 오래된 별무리는 은하가 자라온 역사의 화석과 같습니다. 작은 위성은하가 오랜 시간에 걸쳐 합류하며 남긴 흔적이 별무리의 궤도와 분포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팽대부, 원반, 나선팔, 막대, 헤일로가 서로 얽혀 은하의 뼈대와 살을 이룹니다. 우리는 그 속의 한 점에서 매일을 살고 있고, 망원경은 그 거대한 집의 방과 복도를 조금씩 밝혀 주고 있습니다. 구조를 하나씩 떠올려 보면, 은하는 단지 ‘별이 많은 곳’이 아니라, 역할이 나뉜 건물과 같은 질서를 가진 세계임을 알게 됩니다.

 

 

모양이 말해 주는 것: 나선, 타원, 불규칙

나선, 타원, 불규칙, 막대라는 네 단어로 은하의 종류를 정리하겠습니다. 먼저 나선은하입니다. 납작한 원반과 나선팔, 가운데 팽대부가 뚜렷하고, 어떤 은하는 중심에서 막대가 길게 보입니다. 젊은 별과 가스가 원반에 많아 푸른빛이 많고, 팔을 따라 별 탄생 지역이 구슬처럼 이어집니다.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가 이 부류의 대표입니다. 다음은 타원은하입니다. 둥글거나 길쭉한 공처럼 보이며, 나선팔 같은 뚜렷한 무늬가 없습니다. 오래된 별들이 주를 이루어 전체적으로 누런빛이 돌고, 가스가 적어 새로운 별 탄생이 비교적 드뭅니다. 큰 은하단의 중심에는 덩치 큰 타원은하가 자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은 불규칙은하입니다. 이름처럼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크기도 비교적 작습니다. 가스가 많아 젊은 별이 활발히 태어나 푸른빛 반점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이 부류에는 다른 은하의 중력 간섭이나 충돌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은하를 모양으로 나누는 일은 단순한 분류 놀이가 아닙니다. 모양은 곧 지나온 역사와 환경을 비춥니다. 예를 들어 막대가 뚜렷한 나선은하는 가스가 중심으로 더 잘 흐를 수 있어, 중심 근처에서 별 탄생이나 활동이 활발해지기도 합니다. 반대로 가스가 거의 없는 타원은하는 과거에 격한 만남을 겪어 가스를 잃었거나, 큰 집단 속에서 바람을 맞으며 가스가 벗겨진 흔적을 가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불규칙은하는 이웃의 당김에 모양이 뒤틀렸거나 아직 덜 자란 중간 단계일 수 있습니다. 즉, 모양은 현재의 정지 사진이면서 동시에 과거의 기록입니다. 우리가 가족의 오래된 사진을 보면 그 시절의 분위기와 사건을 짐작하듯, 은하의 외형만 보아도 그곳의 생활상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중요한 점은 모양이 영원한 꼬리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시간이 흐르며 나선은하가 서로 합쳐 타원은하로 변하기도 하고, 잔잔하던 원반이 막대를 키우며 내부 구조를 바꾸기도 합니다. 은하의 삶은 느리지만 계속 이어집니다. 그래서 한 번의 관측으로 단정하지 않고, 다양한 파장의 빛으로 여러 번 살피며 비교합니다. 모양과 색, 가스의 분포, 별의 나이와 움직임을 함께 읽을 때 비로소 진짜 성격이 드러납니다.

 

 

만남과 환경: 은하의 이웃과 긴 호흡

이웃, 충돌, 은하군, 은하단이라는 네 단어로 은하의 환경을 설명하겠습니다. 은하는 홀로 떠 있지 않습니다. 몇 개에서 수십 개가 모인 작은 모임을 은하군이라 부르고, 수백에서 수천 개가 모인 큰 모임은 은하단이라 부릅니다. 이웃의 중력은 은하의 모양과 생활에 깊게 스며듭니다. 가까이 스치거나 실제로 부딪히면, 원반이 뒤틀리고 꼬리가 생기며 가스가 밀려나기도 합니다. 때로는 두 은하가 천천히 돌며 서로의 가스를 끌어당겨, 팔 부분에서 별 탄생이 폭죽처럼 한때 밝아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만남이 항상 불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큰 집단의 뜨거운 바람 속으로 들어간 은하는 원반의 가스를 벗겨져 새 별을 잘 만들지 못하는 시기를 겪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나선은하가 점차 별 탄생을 쉬고, 누런빛이 많은 외형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은하단의 중심에서는 작은 은하들이 조금씩 뜯겨 나가 큰 은하의 살이 되는 일도 계속됩니다. 이런 만남과 환경의 작용은 짧은 사건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변화입니다. 사람의 도시가 교통망과 공원의 배치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달라지듯, 은하도 이웃의 배치와 집단의 성질에 따라 천천히 성격을 바꿉니다. 우리 은하 역시 이웃들과 함께 작은 모임을 이루고 있고, 더 넓게는 큰 집단과 거미줄 같은 길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먼 미래에는 가까운 이웃과 합쳐 새로운 모습이 될 가능성도 큽니다. 이 사실을 알면, 밤하늘에서 보이는 은하의 사진 한 장이 그저 예쁜 그림이 아니라, 아주 긴 이야기의 한 문장임을 이해하게 됩니다. 관측자는 이 문장을 조금 더 길게 읽기 위해 같은 대상을 여러 해에 걸쳐 다시 봅니다. 빛의 색과 세기, 가스의 분포, 별들의 움직임을 차근차근 모아, 만남의 전과 후를 비교합니다. 그 기록을 겹쳐 보면 은하의 삶이 빠른 변화와 느린 변화가 겹쳐 만든 합성곡처럼 보입니다. 적극적인 만남이 없을 때에도 은하는 내부의 작은 밀물과 썰물로 서서히 표정을 바꿉니다. 중심의 막대가 힘을 키우면 가스는 안쪽으로 모이고, 바깥 원반은 느리게 팽팽해집니다. 이처럼 이웃과 내부 요인이 함께 어우러져 은하의 현재와 미래를 빚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성급한 결론 대신, 다양한 표지판을 모아 길게 읽는 것입니다. 그럴 때 비로소 한 장의 사진 너머에 있는 은하의 생활사가 또렷해집니다.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은하 해설, 국립중앙과학관 천문 자료, 유럽우주국(ESA) 교육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