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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시리즈 8편 별의 탄생 성간 구름에서 시작되는 불빛

by 신기자 2025. 9. 4.

성간 구름에서 시작되는 불빛 (출처 픽사베이)

 

 


씨앗을 준비하는 구름: 차가움, 압축, 그리고 첫걸음

성간구름, 중력, 냉각, 씨앗이라는 네 단어를 먼저 적어 둡니다. 별의 이야기는 눈부신 폭발이 아니라 조용한 구름에서 시작합니다. 성간구름은 별과 별 사이의 넓은 공간에 떠 있는 가스와 먼지의 덩어리로, 눈으로 보면 희미한 안개처럼 보이거나 전혀 보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구름이 별을 낳으려면 먼저 차가워져야 합니다. 뜨거운 기체는 쉽게 뭉치지 못하고 사방으로 퍼지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름은 빛을 내며 열을 잃어 조금씩 식습니다. 먼지 알갱이는 이 식는 과정에 도움을 줍니다. 빛을 가리고, 표면에 분자를 붙잡아 기체가 에너지를 내보내도록 돕습니다. 차가워진 구름은 중력의 끌림을 더 잘 받아들입니다. 어느 순간 균형이 무너지면, 구름의 한 부분에서 안쪽으로 가라앉는 흐름이 시작됩니다. 작은 요철처럼 밀도가 살짝 높은 곳이 씨앗이 됩니다. 가라앉는 동안 바깥의 밀어내는 힘과 안쪽의 끌어당기는 힘이 줄다리기를 하지만, 열을 계속 버릴 수 있다면 안쪽으로 모이는 편이 이깁니다. 이때 구름은 한 덩어리로 무너지지 않고, 여러 조각으로 쪼개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 구름에서 여러 별이 한꺼번에 태어나는 일이 흔합니다. 우리가 사진에서 보는 젖빛 성운의 잔무늬는 바로 이런 조각내기의 흔적입니다. 구름이 차갑고 두꺼울수록 씨앗은 더 쉽게 자랍니다. 반대로 주변에서 강한 별빛이나 바람이 밀려오면 씨앗이 잘 자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별의 탄생은 늘 주변의 환경과 타협하며 진행됩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태도는 서두르지 않는 눈입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듯 보이지만, 긴 시간에 걸쳐 서서히 무게중심이 안쪽으로 이동합니다. 관측자는 여러 파장의 빛으로 같은 구름을 되풀이해 찍으며, 어제보다 오늘 더 차갑고 두꺼워진 자리를 표기로 남깁니다. 그 작은 표식들이 모여 별의 첫걸음을 보여 주는 지도 한 장이 됩니다. 구름이 무너지려면 일정한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안쪽의 끌어당김이 바깥의 압력보다 아주 조금만 더 세져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차이는 눈덩이처럼 커집니다. 밀도가 높은 알맹이는 더 빨리 식고 더 빨리 가라앉아, 이웃보다 먼저 씨앗이 됩니다. 반대로 밀도가 낮은 부분은 바람에 조금만 흔들려도 다시 흩어집니다. 이 섬세한 차이가 구름의 지도를 만들고, 별이 어디서 먼저 태어날지 조용히 예고합니다.

 

 

중심의 불씨: 원시별, 원반, 제트

원시별, 원반, 제트, 중력이라는 네 낱말로 핵심 장면을 그려 보겠습니다. 구름의 한 조각이 안쪽으로 모이며 중심에 뜨거운 심지가 만들어집니다. 우리는 이 어린 중심을 ‘원시별’이라고 부릅니다. 원시별은 아직 스스로 핵반응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가라앉는 물질이 중력에너지를 잃으며 내는 열로 점점 밝아집니다. 이때 안쪽으로 떨어지는 물질이 모두 곧장 중심으로 꽂히지는 않습니다. 아주 약간의 회전만 있어도 납작한 구조가 생기는데, 이것이 ‘원시행성원반’입니다. 원반은 중간으로 갈수록 뜨겁고, 바깥으로 갈수록 차갑습니다. 따라서 바깥쪽에는 얼음과 먼지가 잘 살아남고, 안쪽에는 금속과 바위가 주로 남습니다. 훗날 행성의 재료가 되는 이 고슬고슬한 층들이 원반 위에 켜켜이 쌓입니다. 한편 원시별의 양극에서는 가늘고 빠른 분출이 뿜어져 나옵니다. 우리는 이를 ‘제트’라 부릅니다. 제트는 중심으로 더 떨어지려는 물질 중 일부의 각운동량을 빼앗아, 별이 더 쉽게 자라도록 통로를 열어 줍니다. 제트가 주위의 가스를 밀어내며 파낸 통로는, 한밤중 긴 노출 사진에서 양쪽으로 뻗은 어두운 틈이나 밝은 실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원시별이 자라며 중심의 압력과 온도가 충분히 높아지면, 마침내 핵융합이 불을 붙습니다. 이 순간 별은 스스로 빛을 내는 진짜 별이 됩니다. 하지만 탄생이 끝났다는 뜻은 아닙니다. 원반과 제트, 주변 구름의 잔무늬는 한동안 더 이어져, 행성의 씨앗이 뭉치고 궤도가 정리되는 무대를 만들어 줍니다. 따라서 별의 탄생은 한 사건이 아니라 긴 연극의 여러 막으로 이뤄진 이야기입니다. 관측자는 막과 막 사이의 연결을 보기 위해 다른 파장의 빛을 사용합니다. 보이는 빛에서는 먼지의 장막이 두텁지만, 전파와 적외선에서는 그 장막 사이로 안쪽의 따뜻한 숨결이 새어 나옵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창을 통해 한 장면을 겹쳐 보면, 원시별과 원반, 제트가 어떻게 서로 힘을 주고받는지 이해가 선명해집니다. 원반에서는 작은 알갱이들이 서서히 뭉쳐 자갈이 되고, 자갈은 덩어리가 되며, 덩어리는 어린 행성의 씨앗이 됩니다. 이 과정은 마치 눈길에서 작은 눈송이가 뭉쳐 눈덩이가 되는 모습과 닮았습니다.

 

 

별이 태어난 뒤: 군집, 바람, 재활용

군집, 바람, 재활용, 균형이라는 네 단어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별은 혼자가 아니라 무리로 태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구름에서 수십, 수백 개의 씨앗이 거의 동시에 자라, 어린 별무리(산개성단)를 이룹니다. 이 무리 안에는 덩치가 작은 별과 큰 별이 섞여 있습니다. 덩치가 큰 별은 밝고 뜨거워 강한 빛과 바람을 뿜어, 주변의 가스를 밀어내며 동그란 빈 공간이나 버블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 바람은 양날의 칼입니다. 한편으로는 아직 자라지 못한 씨앗을 쓸어 가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밀려난 가스가 다른 곳에서 다시 모이게 하여 새 씨앗을 돕기도 합니다. 별의 탄생은 이렇게 서로 미는 힘과 끌어당기는 힘의 균형 속에서 이어집니다. 시간이 더 흐르면 큰 별은 짧은 생을 마치고 폭발로 막을 내립니다. 이 폭발은 구름에 무거운 원소를 뿌리며, 다음 세대의 구름이 더 쉽게 식도록 돕습니다. 금속이라 부르는 이 무거운 원소들이 열을 내어버리는 통로가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폭발의 충격은 옆구름을 눌러 또 다른 씨앗의 탄생을 촉발하기도 합니다. 한편 덩치가 작은 별들은 조용히 오래 삽니다. 무리를 이루던 별들은 시간이 지나면 은하의 중력과 이웃의 간섭으로 흩어져 은하 원반 곳곳에 섞입니다. 우리가 밤하늘에서 보는 ‘평범한’ 별들의 상당수는 이렇게 오래전에 흩어진 옛 무리의 구성원입니다. 따라서 별의 탄생은 한 지역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은하 전체의 재활용과 연결됩니다. 구름은 별을 만들고, 별은 바람과 폭발로 구름을 다시 빚어, 다음 세대를 준비합니다. 이 순환은 느리지만 끊임없습니다. 관측자는 같은 성운을 여러 해에 걸쳐 반복해 보며, 어둡던 곳이 밝아지는지, 비어 있던 곳이 채워지는지, 작은 변화의 화살표를 차근차근 쌓습니다. 그 화살표들이 모이면, 한 편의 연극이 다음 막으로 넘어가는 타이밍이 보입니다. 별의 탄생은 결국 생활의 언어로도 말할 수 있습니다. 재료를 모으고, 열을 식히고, 중심에 불을 붙이고, 바람으로 정리한 뒤 다음 세대를 돕는다는 간단하고 정직한 순서입니다.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성간매질·별형성 해설, 국립중앙과학관 천문 자료, 유럽우주국(ESA) 교육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