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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시리즈 9편 별의 일생 주계열에서 초신성까지

by 신기자 2025. 9. 4.

별의 일생: 주계열에서 초신성까지 (출처 픽사베이)

 


주계열의 시간표와 별빛의 원리

주계열, 밝기, 연료, 균형이라는 네 단어를 먼저 적어 둡니다. 별의 일생은 갑작스러운 폭발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이어지는 안정의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별은 태어난 후 긴 기간 동안 ‘주계열’이라 부르는 상태에 머뭅니다. 이때 별의 중심에서는 가벼운 원소가 서로 달라붙어 더 무거운 원소로 변하며 에너지가 나옵니다. 그 에너지가 안쪽으로 눌러 오는 중력과 균형을 이루어 별의 크기와 밝기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쉽게 말해, 안쪽에서 밀어내는 힘과 바깥에서 누르는 힘이 줄다리기를 하되, 서로 힘을 맞춰 안정된 크기를 지키는 것입니다. 덩치가 작은 별은 연료를 아껴 쓰듯 천천히 빛나고, 덩치가 큰 별은 연료를 넉넉히 가지고 태어나도 허겁지겁 써서 빨리 밝아지고 빨리 늙습니다. 그래서 작은 별은 아주 오래, 큰 별은 비교적 짧게 주계열에 머무릅니다. 관측자는 여러 별을 모아 색과 밝기를 한눈에 그린 그림을 만듭니다. 이 그림에서는 주계열이 길게 이어진 띠처럼 나타납니다. 일부 별들이 그 띠에서 살짝 벗어나 위쪽으로 꺾이기 시작한 지점을 보면, 그 무리의 대략적인 나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덩치 큰 별부터 먼저 주계열을 떠나 위로 나가거든요. 이 간단한 그림 읽기는 복잡한 계산을 몰라도 별무리의 역사책을 펼치는 요령이 됩니다. 주계열의 시간표를 이해하면, 같은 하늘 아래에서도 별마다 다른 걸음걸이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어떤 별은 조용히 오래 걷고, 어떤 별은 빠르게 달려 일찍 다음 장에 들어섭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핵심은 덩치, 연료 쓰는 속도, 그리고 중심의 균형입니다. 주계열의 긴 줄을 교실의 출석부처럼 떠올려도 좋습니다. 맨 위에는 덩치 큰 학생들이, 맨 아래에는 작은 학생들이 이름을 올려 놓은 셈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윗줄의 이름부터 다른 반으로 옮겨 가고, 아랫줄의 이름은 오랫동안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 비유만으로도 같은 하늘 아래 서로 다른 속도가 공존한다는 사실을 쉽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작은 망원경으로 별무리를 보면 밝고 푸른 별이 눈에 먼저 들어오지만, 그 뒤에 묵묵히 오래 빛날 붉은 별들이 더 많다는 점을 떠올려 보세요.

 

 

변화의 갈림길: 적색거성과 백색왜성

적색거성, 껍질, 중심, 잔불이라는 네 단어로 다음 장을 설명하겠습니다. 별이 주계열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뒤 중심의 가벼운 연료가 거의 소진되면 균형이 흔들립니다. 중심은 더 조여들고, 바깥 껍질은 느슨하게 부풀어 오릅니다. 이때 별은 붉고 커다란 ‘적색거성’의 모습이 됩니다. 부풀어 오른 껍질은 온도가 낮아 붉게 보이고, 크기는 커졌지만 밀도는 낮아 손으로 만지면 흐트러질 듯합니다. 중심에서는 새로운 균형을 찾기 위한 시도가 이어집니다. 조건이 맞으면 더 무거운 연료가 잠시 불붙고, 맞지 않으면 바깥 껍질에 남은 기운을 잃으며 서서히 벗겨집니다. 별의 겉은 바람처럼 우주로 흘러나가 얇은 껍질 구름을 만들고, 중심에는 작고 단단한 씨앗만 남습니다. 이 씨앗을 우리는 ‘백색왜성’이라고 부릅니다. 백색왜성은 더 이상 새로운 연료를 태우지 못하지만, 태어날 때 품었던 뜨거운 잔열로 오랫동안 희미하게 빛을 냅니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식어 어두워집니다. 이 과정은 우리 태양의 미래와도 연결됩니다. 태양도 아주 먼 훗날 적색거성으로 부풀었다가 겉을 벗어, 중심의 잔불만 남기는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변신은 파괴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벗겨진 껍질은 무거운 원소를 담아 별 사이 공간으로 퍼지고, 다음 세대의 구름을 식히는 데 도움을 줍니다. 즉, 한 별의 노년은 다른 별의 탄생에 비료가 됩니다. 적색거성의 아름다운 껍질무늬는 하늘의 장식이 아니라, 재료의 순환을 보여 주는 표지판입니다. 관측자는 이 껍질의 빛깔과 속도를 재어, 별이 얼마나 빠르게 살을 벗고 있는지, 남은 중심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가늠합니다. 이 자료를 여러 별에 대해 모으면, 작은 별들이 어떤 일정으로 노년을 보냈는지 통계로 읽을 수 있습니다. 커진 별의 껍질이 벗겨질 때 만들어지는 얇은 구름은 모양이 다양합니다. 둥근 고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나비 날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구름 가장자리의 빛깔은 중심에서 흘러나온 뜨거운 빛이 가스를 비추어 생깁니다. 그 사이에 중심의 작은 씨앗은 천천히 식으며 더 조용한 별이 됩니다. 작은 별의 노년이 이런 길을 간다는 사실은, 별의 삶이 꼭 폭발로 끝나지 않음을 보여 줍니다.

 

 

거대한 별의 마지막: 초신성과 다시 태어나는 재료

초신성, 충격, 잔해, 순환이라는 네 단어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덩치가 아주 큰 별은 주계열을 떠난 뒤에도 중심에서 더 무거운 연료들을 차례로 태웁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마지막에 이르면 중심은 더 이상 버틸 힘을 잃고 갑자기 무너집니다. 그 순간 바깥으로 거대한 충격이 퍼져 나가, 별의 겉을 밀어내며 눈부시게 밝은 폭발을 일으킵니다. 이 장면이 ‘초신성’입니다. 밤하늘에서 먼 은하의 한 점이 갑자기 별처럼 밝아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폭발이 남긴 잔해는 빛과 바람, 빠르게 달리는 파도처럼 주변을 흔듭니다. 잔해 속에는 별이 살면서 만들어 낸 무거운 재료들이 가루가 되어 섞여 있습니다. 그 재료가 성간구름으로 스며들어 다음 세대의 별과 행성에 섞입니다. 우리 몸을 이루는 많은 원소가 이런 폭발의 후손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닙니다. 때로는 중심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아주 작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단단한 씨앗이 남습니다. 이 씨앗은 주변에 강한 영향을 주며 빠르게 돌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더 깊은 어둠의 구덩이가 남아 주변의 빛을 세게 휘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렇게 무서운 장면마저도 순환의 일부입니다. 폭발의 파도는 이웃 구름에 주름을 만들고, 그 주름은 새로운 씨앗을 모으는 씨앗이 됩니다. 거대한 별의 마지막이 또 다른 시작을 돕는다는 사실은, 우주가 낭비 없이 재료를 돌려 쓰는 큰 공방이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합니다. 관측자는 오래된 잔해의 모양과 속도를 지도에 옮기고, 다른 파장의 빛으로 속을 들여다보며 폭발의 나이와 에너지를 가늠합니다. 여러 잔해를 비교해 보면, 어떤 폭발은 부드럽게 퍼지고 어떤 폭발은 한쪽으로 치우치는 등, 다양한 길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이 차이는 별의 덩치, 회전, 이웃 환경이 만든 결과입니다. 결국 별의 일생은 시작과 끝이 분리된 이야기가 아니라, 다음 세대와 얽힌 한 편의 길고 거대한 순환담입니다. 커다란 별이 남긴 단단한 씨앗은 주변으로 규칙적인 신호를 뿜어내기도 합니다. 이 신호는 등대처럼 일정한 박자로 깜빡거려, 잔해 속의 시계를 선명히 드러냅니다. 또 어떤 씨앗은 주변의 가스를 세게 끌어당겨 눈부신 소용돌이를 만듭니다.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별의 진화 해설, 국립중앙과학관 천문 자료, 유럽우주국(ESA) 교육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