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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시리즈 12편 외계행성 다른 하늘의 작은 점을 찾는 법

by 신기자 2025. 9. 5.

외계행성: 다른 하늘의 작은 점을 찾는 법 (출처 픽사베이)

 


우리는 왜 찾나: 생명, 물, 대기, 거리

생명, 물, 대기, 거리라는 네 단어를 먼저 적어 둡니다. 외계행성은 다른 별을 도는 작은 세계입니다. 우리가 그것들을 굳이 찾는 이유는 호기심만이 아니라, 우리 자리의 특별함을 숫자로 확인해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생명이 자라려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온도가 필요합니다. 그 온도는 대기와 구름, 표면의 빙하와 바다의 균형에 달려 있습니다. 별에서 받는 빛의 양이 알맞은 거리에서 맞춰져 있고, 대기가 그 열을 너무 빠르게 새게 하거나 너무 과하게 가두지 않아야 합니다. 이 적당한 구역을 사람들은 ‘살기 좋은 띠’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띠 안에 있다고 해서 곧바로 살기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작은 행성은 대기를 붙잡기 어렵고, 너무 큰 행성은 두꺼운 기체층 아래에 딱딱한 땅이 없을 수 있습니다. 또한 별이 젊어 불안정하면 강한 바람과 불꽃이 대기를 벗겨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리뿐 아니라 크기와 무게, 별의 성격까지 함께 살핍니다. 물은 좋은 안내자입니다. 얼음·기체·액체로 모습을 바꾸며 열을 부드럽게 조절하기 때문입니다. 바다가 있으면 온도의 극단이 완화되고, 대기와 바다는 서로 숨을 쉬듯 기체를 교환합니다. 이 교환의 균형이 깨지면, 대기가 너무 두꺼워지거나 너무 얇아져 표면은 폭염이나 혹한으로 치우칩니다. 우리가 외계행성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은, 결국 이런 균형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첫 걸음입니다. 가까운 별부터 먼 별까지 차례로 살피면서, 별빛의 떨림과 어두워짐, 색의 미세한 변화 속에서 작은 세계들의 존재를 읽어 냅니다. 또 하나의 변수는 회전과 자전의 박자입니다. 별과 너무 가깝게 돌면 한쪽 면만 늘 같은 낮을, 다른 쪽 면만 같은 밤을 맞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때 바람과 바다의 순환이 약하면 한쪽은 타고, 다른 쪽은 얼어붙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기가 충분히 두껍고 순환이 활발하면 열이 퍼져 큰 극단을 피할 수도 있습니다. 지각이 천천히 뒤틀리고 갈라지는 활동은 내부의 열을 표면으로 나르게 하고, 공기와 바다의 성분을 새로 섞어 오랜 균형을 돕습니다. 또한 행성의 자기장은 별바람으로부터 대기를 지키는 방패가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살기 좋음은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여러 조건의 합입니다. 우리는 그 합의 범위를 넓게 잡고, 다양한 조합의 가능성을 지도에 표시합니다.

 

 

어떻게 찾나: 통과, 시선속도, 직접 보기

통과, 속도, 직촬영, 렌즈라는 네 낱말로 방법을 정리하겠습니다. 첫째, 통과법입니다.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별빛이 아주 조금 어두워집니다. 이 어둑함이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면, 행성이 별을 한 바퀴 도는 주기와 크기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어두워지는 깊이는 행성의 크기와 비례하고, 어두워지는 시간이 길수록 궤도의 모양과 거리를 가늠하는 단서가 됩니다. 둘째, 시선속도법입니다. 행성과 별은 서로 끌어당기며 함께 돕니다. 행성이 별 주위를 도는 동안, 별도 아주 조금 흔들립니다. 우리는 별빛의 줄무늬가 파도처럼 미세하게 옮겨가는지를 재어 별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멀어지는 속도를 읽어 냅니다. 이 흔들림의 세기와 주기로 행성의 무게와 궤도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셋째, 직접 보기입니다. 별의 눈부신 빛을 가리고 주변의 희미한 점을 분리해 찍는 방식입니다. 가까운 별 주변에서 어린 거대 행성을 주로 겨냥하지만, 기술이 좋아질수록 더 작고 더 차가운 행성에도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세한 중력렌즈도 도움이 됩니다. 먼 별 앞을 다른 별이 스쳐 지나갈 때 밝기가 잠시 도드라지는데, 그 스치는 별에 행성이 달려 있으면 밝기 곡선에 작은 돌기가 생깁니다. 방법마다 한계도 분명합니다. 통과법은 궤도가 별과 우리 눈을 거의 일직선으로 맞춰야 하기에, 실제로는 존재하는 많은 행성을 놓칩니다. 시선속도법은 별빛의 줄무늬를 매우 정밀하게 재야 하므로, 별 표면의 얼룩이나 떨림이 신호를 흉내 내면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직접 보기는 눈부신 빛을 가리는 기술이 핵심인데, 잡광과 대기의 흔들림을 억누르기 위해 많은 장치와 계산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후보를 한 가지 방법으로만 인정하지 않고, 가능하면 다른 방법으로 교차 확인합니다. 또한 시간표를 길게 잡아 같은 별을 오래 관찰해 주기와 깊이의 변화를 살핍니다. 주기가 조금씩 어긋나거나 깊이가 변하면, 옆에 또 다른 행성이 있거나 대기와 구름의 변화가 있음을 암시합니다. 네 방법은 서로 보완 관계입니다. 통과법은 크기에, 시선속도법은 무게에 강하고, 직접 보기는 빛의 색과 위치 정보를 주며, 렌즈는 평소에 보기 어려운 거리와 질량대의 행성을 끌어올립니다. 서로 다른 결과를 합치면 한 세계의 초상화가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다음 단계: 대기, 징후, 그리고 신중함

대기, 징후, 오염, 신중함이라는 네 단어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가 진짜로 궁금한 것은 ‘살 만한가’라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다가가려면 행성의 대기를 알아야 합니다. 통과하는 동안 별빛이 대기를 스칠 때 남기는 희미한 색 변화, 행성이 별 뒤로 숨어들 때와 다시 나올 때의 밝기 차이, 긴 시간에 걸친 열의 요철을 함께 읽으면 대기의 두께, 구름의 높이, 기체의 거친 비율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징후’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특정 기체의 조합이 일정한 비율로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면, 그 균형을 붙잡아 주는 어떤 과정이 표면에서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징후는 곧바로 증거가 되지 않습니다. 화산, 번개, 바다와 바위의 화학작용도 비슷한 흔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 가지 표지로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여러 표지를 모아 서로 모순이 없는지 확인하고, 별의 성격과 행성의 나이를 함께 고려합니다. 관측 자료에는 늘 작은 오염이 섞입니다. 지구 대기의 흔들림, 기기의 미세한 떨림, 별 표면의 얼룩과 요철이 측정을 흐리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날, 다른 방법, 다른 장비로 되풀이 관측합니다. 이 신중함이 쌓이면, 우리는 서서히 착시를 지우고 남는 핵심만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태도는 ‘모른다’를 잠시 견디는 힘입니다. 빠른 확신 대신 느린 합의를 고르는 문화가 외계행성 연구를 단단하게 만듭니다. 결국 우리는 가까운 별부터 한 겹씩 지도에 색을 칠하듯 살 만한 세계의 후보를 늘려 갈 것입니다. 그 목록이 길어질수록, 우리 자리의 특별함은 더 분명해지거나, 혹은 더 넓은 평범함의 일부로 안심될지도 모릅니다. 어느 쪽이든, 정직한 기록이 남기는 위안은 같습니다.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외계행성 자료, 국립중앙과학관 천문 자료, 유럽우주국(ESA) 교육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