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이웃의 자: 연주시차, 반사, 그리고 첫 눈금
연주시차, 반사, 눈금, 비교라는 네 단어를 먼저 적어 둡니다. 우주의 거리를 재는 일은 가까운 곳에서부터 단단한 눈금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동안 하늘의 별은 아주 조금 자리를 바꾸어 보입니다. 이 미세한 흔들림을 ‘연주시차’라고 부르며, 삼각형의 한 변 길이가 태양과 지구 사이의 평균 거리라는 사실을 이용해 별까지의 거리를 계산합니다. 삼각형의 꼭짓점이 크면 각의 변화가 작아지므로, 먼 별일수록 흔들림이 더 작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우 정교한 눈으로 하늘을 오래 관측해야 합니다. 이 첫 눈금은 지구와 태양이라는 확실한 자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습니다. 행성이나 소행성은 레이더 반사 시간으로 거리를 재어, 태양계 눈금을 보완합니다. 중요한 점은, 가까운 이웃에서 만든 눈금이 다음 단계의 기준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연주시차로 거리를 아는 별들의 밝기를 표로 만들면, 비슷한 종류의 다른 별들이 어느 정도 밝아야 하는지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 표는 다음 눈금으로 올라갈 때 필요한 다리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를 맞대어 길이를 잴 때, 먼저 작은 자로 맞추고 그 자를 기준으로 더 긴 줄자를 믿는 것과 같습니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태도는 서두르지 않는 반복입니다. 망원경의 흔들림과 대기의 일렁임, 계절에 따른 작은 기울기를 하나씩 보정해야 합니다. 조금만 소홀해도 별의 자리 흔들림이 아닌 잡음이 결과를 흐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같은 별을 여러 계절에 걸쳐 되풀이 관측해, 지구 궤도의 반년 주기와 같은 박자가 보이는지 확인합니다. 이 확인이 끝나면 우리는 첫 번째 눈금을 확신할 수 있고, 그 눈금 위에 다음 자를 얹을 준비가 됩니다. 또 하나의 발전은 하늘을 특별히 정밀하게 재는 전용 위성이 여러 해에 걸쳐 수많은 별의 미세한 흔들림을 동시에 기록한 것입니다. 이 거대한 목록은 첫 눈금을 바늘로 다시 꿰매듯 촘촘히 다듬어 주었고, 우리의 사다리 아래쪽을 견고하게 만들었습니다. 가까운 이웃의 거리가 조금만 달라져도 위쪽 눈금이 모두 함께 흔들리므로, 아래쪽의 정밀함은 사다리 전체의 안전띠와 같습니다. 이웃의 자가 단단해야 멀리까지 안전하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중간 거리의 촛불: 변광성, 초신성, 그리고 교차 확인
세페이드변광성, 표준촛불, 주기, 밝기라는 네 단어로 다음 눈금을 설명하겠습니다. 연주시차로 거리를 정확히 아는 별들 가운데에는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특별한 별이 있습니다. 이 별의 밝기 변하는 주기와 실제 밝기 사이에는 꾸준한 관계가 있어, 주기를 재면 본래의 밝기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멀리 있는 같은 종류의 별을 보면 보이는 밝기와 본래 밝기의 차이에서 거리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별을 ‘표준촛불’이라고 부릅니다. 중요한 점은, 이 촛불 자체를 연주시차로 먼저 교정해 두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야 촛불이 비추는 다음 구역의 숫자도 믿을 수 있습니다. 더 멀리 가면 별 하나하나를 분리해 보기 어렵습니다. 그때는 밝기가 일정한 종류의 초신성이 도움이 됩니다. 이 폭발은 멀리서도 보일 만큼 밝아, 외딴 은하의 거리까지도 재게 해 줍니다. 초신성의 빛이 시간에 따라 줄어드는 모양과 색을 함께 읽으면, 밝기의 미세한 차이를 보정할 수 있고, 먼지에 가려 약해진 부분도 어느 정도 되돌려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표준촛불과 초신성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은하 속의 별무리 가운데에는 색과 밝기 분포가 잘 알려진 무리도 있어, 그 무리의 꼭대기 밝기를 표준자로 삼는 방법이 쓰입니다. 이 여러 자를 서로 겹쳐 비교하면, 한 자의 약점을 다른 자가 보완해 줍니다. 예를 들어 먼지로 인해 한쪽 자가 조금 흐려지면, 다른 파장의 빛으로 관측된 자료가 그 흐림을 보정해 줄 수 있습니다. 촛불의 색깔과 주변 환경도 변수입니다. 금속 성분이 많은 별과 적은 별은 같은 주기라도 본래 밝기가 약간 다를 수 있어, 우리는 색과 금속 성분을 함께 재어 미세한 차이를 보정합니다. 초신성의 경우에도 폭발의 세기가 조금씩 달라지므로, 빛이 줄어드는 곡선의 모양을 표준화해 서로 다른 사건을 한 잣대로 비교합니다. 이 과정을 ‘교정’이라고 부르며, 교정이 잘될수록 다음 단계의 자도 반듯해집니다. 중요한 태도는 ‘여러 방법의 합의’를 우선하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도구가 같은 거리를 가리킬 때 우리는 한층 안심할 수 있습니다. 이 합의의 과정은 느리지만, 다음 단계의 큰 자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믿을 만한 길입니다.
가장 먼 바깥의 지도: 허블의 법칙, 색의 이동, 그리고 주의사항
허블법칙, 적색이동, 보정, 일치라는 네 단어로 마지막 눈금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아주 먼 우주에서는 별 하나하나를 촛불로 쓰기 어렵습니다. 대신 은하 전체의 빛이 어떤 색으로 살짝 옮겨갔는지를 재어, 그 은하가 우리에게서 얼마나 빨리 멀어지는지를 알아냅니다.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빨리 멀어지는 경향을 이용하면, 그 속도와 밝기 정보를 함께 읽어 거리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 관계를 우리는 편의상 ‘허블의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 법칙을 자로 쓰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은하의 움직임에는 우리 동네의 작은 당김과 밀침이 섞여 있어, 아주 먼 거리에서만 단순한 비례가 깔끔히 드러납니다. 또한 같은 거리라도 사이사이의 공간이 어떻게 늘어났는지에 따라 빛의 색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중간 거리의 촛불들이 가리킨 점과 먼 우주의 색 이동이 가리킨 점을 같은 그래프에 올려, 두 자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를 확인합니다. 만약 이어지는 지점에서 어긋남이 보인다면, 촛불의 교정이나 색의 보정, 혹은 은하의 환경이 미친 영향을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또한 먼 우주에서는 빛이 우리에게 오는 동안 여러 구름과 집단을 지나며 조금씩 굽습니다. 이 굽힘은 밝기를 살짝 크게 혹은 작게 보이게 만들 수 있으니, 넓은 하늘에서 평균을 내어 우연한 어긋남을 줄입니다. 아주 먼 시대로 갈수록 단순한 직선 대신 곡선이 나타납니다. 우주의 팽창 속도가 시간에 따라 변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속도와 색의 이동만으로 거리를 바로 읽지 않고, 우리가 앞서 만든 중간 거리의 자와 함께 맞춰 전체 곡선을 그립니다. 넓은 하늘에서 많은 점을 모을수록, 우연과 잡음은 줄어들고 법칙의 뼈대가 드러납니다. 마지막으로 기억할 점은, 한 번의 측정으로 완벽한 자를 완성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같은 하늘을 다른 파장, 다른 장치, 다른 계절에 거듭 살피며 모든 자가 같은 거리를 가리키는 ‘일치의 구간’을 넓혀 가야 합니다. 이 과정은 숫자를 느리게 하지만 단단하게 만듭니다. 결국 우주 거리사다리는 작은 삼각형에서 시작해, 변하는 촛불과 폭발의 곡선을 건너, 멀어지는 하늘의 율동으로 이어집니다. 각 눈금이 서로의 손을 잡는 순간, 우리는 하늘의 입체 지도를 한 층 더 선명하게 얻게 됩니다.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거리측정 해설, 국립중앙과학관 천문 자료, 유럽우주국(ESA) 교육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