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 팽창의 징후: 초신성, 잔광, 구조, 그리고 의문
초신성, 잔광, 구조, 가속이라는 네 단어를 먼저 적어 둡니다. 멀리 있는 은하의 폭발을 시간에 따라 추적하면, 그 빛이 우리에게 도착하는 밝기와 색이 거리를 말해 줍니다. 이런 폭발 가운데 일정한 밝기를 표준으로 맞출 수 있는 경우들이 있어, 우리는 그것을 자로 삼아 먼 곳을 잽니다. 여러 은하에서 얻은 자를 한 그래프에 올려 보면, 멀리 있는 우주가 예상보다 더 어둡게 보이는 구간이 드러납니다. 이는 단순히 먼지의 장난이 아니라, 우주가 과거 어떤 시점부터 팽창을 점점 더 빠르게 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한편 어린 우주의 잔광, 곧 하늘 전체를 덮은 미지근한 빛의 얼룩은 당시의 밀도와 압력의 줄다리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얼룩의 크기 분포와 오늘의 큰 구조에서 보이는 특정한 간격의 눈금을 함께 읽으면, 우주가 지난 시간 동안 어떤 속도로 넓어졌는지의 시간표를 그릴 수 있습니다. 그 시간표는 느리게만 넓어진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마치 발에 바람이 들어간 듯 가속되었다는 줄거리를 가리킵니다.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밀어내는 성분을 편의상 ‘암흑에너지’라고 부릅니다. 암흑이라는 말은 무섭다는 뜻이 아니라, 직접 빛으로 보거나 실험실에서 곧바로 만지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중요한 점은, 여러 독립된 단서가 서로 엇갈리지 않고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는 사실입니다. 폭발의 자, 잔광의 얼룩, 은하의 분포, 빛의 길이 휘는 정도가 모두 우주의 가속을 지지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암흑에너지가 하나의 물건으로 이미 확인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름은 편의상의 이름일 뿐, 정체는 여전히 물음표입니다. 어쩌면 공간 자체에 깔린 일정한 에너지일 수도 있고, 어쩌면 시간이 흐르며 성격이 조금씩 변하는 부드러운 장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우리가 중력의 법칙을 아주 먼 거리에서 살짝 잘못 이해하고 있어, 팽창의 속도와 구조의 자라남을 한꺼번에 설명하는 새로운 문법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하늘을 다양한 도구로 되풀이해 읽으며, 각 단서의 오염과 약점을 줄여 가는 길을 택합니다. 가속이라는 결론이 남더라도, 어떻게 가속되는지의 곡선은 여전히 측량 중입니다. 그 곡선이 곧 암흑에너지의 성격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재나: 거리의 자, 눈금의 울림, 하늘의 왜곡
거리, 눈금, 왜곡, 합의라는 네 단어로 관측의 도구를 정리하겠습니다. 첫째, 거리를 재는 자입니다. 표준촛불로 쓰는 폭발의 밝기 곡선을 넓은 하늘에서 많이 모아, 멀고 가까운 여러 시대의 우주 팽창 속도를 직접 비교합니다. 촛불의 색과 주변 환경에 따른 미세한 차이는 반복 관측과 교정으로 줄입니다. 둘째, 눈금의 울림입니다. 어린 우주에서 빛과 가스가 밀고 당기며 남긴 특정한 간격의 자국이, 오늘의 은하 분포에 고리처럼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이 간격을 여러 거리에서 되풀이해 재어, 우주가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상대 비교’로 적어 냅니다. 셋째, 하늘의 왜곡입니다. 앞쪽 물질이 뒤쪽 은하의 모양을 아주 조금 늘리거나 비트는 효과를 넓은 면적으로 평균내면, 무게의 분포와 함께 공간의 기하가 어떤지 단서가 나옵니다. 이 왜곡의 통계는 우주의 성분과 팽창의 역사에 민감합니다. 세 도구는 서로 다른 약점을 보완합니다. 거리는 밝기와 먼지의 영향을, 눈금은 표본의 균일성과 선택 효과를, 왜곡은 렌즈 역할을 하는 우리 동네 구조의 오염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관측으로 같은 답을 얻는 ‘합의’가 중요합니다. 또한 시간표의 앞뒤를 모두 채우려면, 가까운 우주와 먼 우주를 잇는 자료를 고르게 모아야 합니다. 가까운 시대에는 세밀한 지도가, 먼 시대에는 넓은 면적의 샘플이 필요합니다. 관측소는 하늘을 분담해 장기 프로젝트로 꾸준히 자료를 쌓고, 연구진은 처리 방법과 보정표를 공개해 서로의 계산을 교차 확인합니다. 한편, 같은 하늘을 여러 파장으로 동시에 살피면, 먼지와 별의 활동이 만든 착시를 가려낼 수 있습니다. 넷째, 은하단의 개수를 세는 방법도 있습니다. 무거운 집단은 드물고 가벼운 집단은 흔한데, 시간에 따라 그 비율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기록하면 팽창의 역사와 성분의 비율에 민감한 표가 됩니다. 또한 서로 다른 도구에서 얻은 지도를 겹쳐, 같은 구조가 같은 자리에서 보이는지 ‘교차상관’을 계산합니다. 이 계산은 각 방법의 착시를 서로 지워 주는 지우개 역할을 합니다. 촛불의 호스트 은하 성격에 따른 미세한 치우침도 통계적으로 보정해, 한쪽으로 기운 자를 바로잡습니다. 이런 느리고 투명한 절차가 쌓일 때 비로소 얇은 오차가 걷히고, 가속의 곡선이 조금 더 매끄럽게 드러납니다.
무엇을 뜻하나: 우주의 미래, 모델들, 그리고 신중함
미래, 모델, 에너지, 신중함이라는 네 단어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만약 암흑에너지가 공간에 균일하게 깔린 변하지 않는 성분이라면, 우주의 팽창은 앞으로도 가속을 계속할 것입니다. 멀고 넓은 공간은 점점 더 빠르게 서로 멀어지고, 한때 가까웠던 이웃의 빛도 점차 희미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암흑에너지가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성질이라면, 가속의 속도나 방향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일부 이론은 아주 먼 미래에 가속이 약해질 가능성을, 또 다른 이론은 특정한 조건에서 가속이 지나치게 커져 구조가 느슨해질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지금 우리의 자료는 그 사이 어디쯤을 가리키고 있지만, 오차막대 안에서 여전히 여러 길이 열려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섣부른 단정보다 ‘모형과 관측의 대화’를 길게 이어 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모델은 가능한 경우의 수를 맵처럼 펼쳐 주고, 관측은 그 지도에서 지나갈 수 없는 길을 하나씩 지워 갑니다. 또한 암흑에너지가 정말로 에너지인지, 아니면 우리가 중력을 큰 규모에서 다르게 써야 하는지의 질문도 함께 다룹니다. 중력을 고치려는 시도는 구조의 성장과 렌즈의 왜곡 패턴에서 별도의 지문을 예고하므로, 우리는 그 지문을 찾는 실험을 병행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정직한 누적입니다. 동일한 대상을 다른 방법으로 되풀이 확인하고, 오염 가능성을 먼저 의심하는 습관이 결론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우주의 미래를 묻는 일은 낭만의 주제가 아니라 측량의 과제입니다. 그러나 이 측량은 우리의 시야에도 위로를 줍니다. 멀고 추상적인 숫자처럼 보이던 가속의 곡선이, 오늘 우리가 모으는 작은 빛점의 합으로 서서히 윤곽을 얻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서두르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투명한 기록과 열린 비교로, 암흑에너지라는 이름 뒤에 숨은 성격표를 한 줄 한 줄 써 내려갈 것입니다.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가속팽창·암흑에너지 해설, 국립중앙과학관 천문 자료, 유럽우주국(ESA)·미국항공우주국(NASA) 교육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