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20

우주 시리즈 14편 우주배경복사 어린 우주의 첫 사진 잔광의 정체: 뜨거웠던 시작의 식어간 빛잔광, 온도, 균일, 요동이라는 네 단어를 먼저 세워 둡니다. 우주배경복사는 아주 어린 시절의 뜨거운 빛이 식어 오늘날 미지근한 잔광으로 남은 신호입니다. 겉보기에는 하늘 어디를 보아도 거의 같은 온도로 골고루 비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머리카락 굵기보다 훨씬 작은 차이의 요동이 점점처럼 흩어져 있습니다. 우주가 아직 뜨겁고 빽빽하던 때에는 빛과 물질이 끊임없이 부딪혀 서로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식어 가며 물질이 전하를 잃고 중성으로 변하자, 빛이 비로소 긴 길을 단독으로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 떠난 빛이 오늘의 우리에게 닿은 것이 바로 우주배경복사입니다. 하늘 전체를 덮은 얇은 껍질에서 온 빛이라 할 수 있지요. 이 빛의 온도는 겨울방 안의 공.. 2025. 9. 6.
우주 시리즈 13편 중력파 공간의 물결을 듣는 법 공간에 이는 물결: 무엇이 만들고 어떻게 퍼질까중력파, 공간, 물결, 합병이라는 네 단어를 먼저 적어 둡니다. 중력파는 공간 자체에 잔잔한 주름이 생겨 멀리 퍼져 나가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연못에 조약돌을 던지면 동심원 물결이 번지듯, 하늘에서는 아주 무거운 두 천체가 서로를 돌다 가까워질 때 공간과 시간이 함께 살짝 늘었다 줄었다 하며 물결을 보냅니다. 우리가 자주 듣는 주인공은 블랙홀과 중성자별의 짝입니다. 두 천체는 서로 주위를 맴돌며 에너지를 조금씩 잃고, 점점 속도를 올리다가 마지막에 와락 껴안듯 합쳐집니다. 이때 공간의 물결은 점점 더 빠른 박자로 울리다가, 절정의 소리를 남기고 잦아듭니다. 중력파는 바람이나 빛과 달리 물질의 도움 없이도 진공을 그대로 통과합니다. 그래서 먼 우주의 깊.. 2025. 9. 5.
우주 시리즈 12편 외계행성 다른 하늘의 작은 점을 찾는 법 우리는 왜 찾나: 생명, 물, 대기, 거리생명, 물, 대기, 거리라는 네 단어를 먼저 적어 둡니다. 외계행성은 다른 별을 도는 작은 세계입니다. 우리가 그것들을 굳이 찾는 이유는 호기심만이 아니라, 우리 자리의 특별함을 숫자로 확인해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생명이 자라려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온도가 필요합니다. 그 온도는 대기와 구름, 표면의 빙하와 바다의 균형에 달려 있습니다. 별에서 받는 빛의 양이 알맞은 거리에서 맞춰져 있고, 대기가 그 열을 너무 빠르게 새게 하거나 너무 과하게 가두지 않아야 합니다. 이 적당한 구역을 사람들은 ‘살기 좋은 띠’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띠 안에 있다고 해서 곧바로 살기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작은 행성은 대기를 붙잡기 어렵고, 너무 큰 행성은 두꺼운 .. 2025. 9. 5.
우주 시리즈 11편 중성자별과 펄서 우주의 작은 등대 무엇으로 이루어졌나: 작은 크기, 큰 무게, 낯선 물질중성자별, 밀도, 회전, 표면이라는 네 단어를 먼저 적어 둡니다. 중성자별은 거대한 별이 마지막 폭발을 치른 뒤 남기는 작은 핵입니다. 겉보기에 작은 별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도시 정도의 크기에 태양에 가까운 무게를 품은 믿기 어려운 덩어리입니다. 이처럼 작은 크기와 큰 무게가 만나면, 안쪽의 물질은 흔한 원자 상태로 남아 있지 못합니다. 전자와 양성이 서로 포개지며 중성자라는 알갱이가 빽빽하게 들어선 낯선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중성자별’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표면은 매끈한 바위가 아니라 아주 얇고 단단한 껍질과 같습니다. 그 안쪽에는 짙은 수프 같은 층이 겹겹이 이어지고, 가장 깊은 곳에서는 우리가 실험실에서 만들지 못한 상태가 숨어 있을 .. 2025. 9. 5.
우주 시리즈 10편 블랙홀 보이지 않는 경계의 이야기 빛도 넘지 못하는 경계, 사건의 지평선블랙홀, 중력, 경계, 시간이라는 네 단어를 먼저 적어 둡니다. 블랙홀은 아주 많은 질량이 아주 작은 공간에 모여, 주변의 빛과 물질을 강하게 붙잡아 두는 우주의 가장 깊은 우물입니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사건의 지평선’이라 불리는 경계입니다. 이 경계를 안쪽에서 바깥으로는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블랙홀 자체는 보이지 않지만, 경계를 둘러싼 바깥 풍경은 여러 방식으로 우리 눈앞에 나타납니다. 지평선은 두 가지 감각을 줍니다. 안으로 떨어지는 이에게는 아무런 벽을 느끼지 못하는 조용한 문턱이고, 바깥에서 지켜보는 우리에게는 시간이 점점 더 느려지는 장면처럼 보이는 무한히 먼 경계입니다. 또한 블랙홀의 성격은 크게 두 가지 수로 나눠 생각할 수 있습니다... 2025. 9. 4.
우주 시리즈 9편 별의 일생 주계열에서 초신성까지 주계열의 시간표와 별빛의 원리주계열, 밝기, 연료, 균형이라는 네 단어를 먼저 적어 둡니다. 별의 일생은 갑작스러운 폭발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이어지는 안정의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별은 태어난 후 긴 기간 동안 ‘주계열’이라 부르는 상태에 머뭅니다. 이때 별의 중심에서는 가벼운 원소가 서로 달라붙어 더 무거운 원소로 변하며 에너지가 나옵니다. 그 에너지가 안쪽으로 눌러 오는 중력과 균형을 이루어 별의 크기와 밝기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쉽게 말해, 안쪽에서 밀어내는 힘과 바깥에서 누르는 힘이 줄다리기를 하되, 서로 힘을 맞춰 안정된 크기를 지키는 것입니다. 덩치가 작은 별은 연료를 아껴 쓰듯 천천히 빛나고, 덩치가 큰 별은 연료를 넉넉히 가지고 태어나도 허겁지겁 써서 빨리 밝아지고 빨리 늙.. 2025. 9. 4.